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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병 어머니 모실 집 한채면 충분" 청소차 모는 영익씨가 1억을 내놨다 덧글 0 | 조회 262 | 2019-12-25 12: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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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 붓듯 5년 할부로 기부 약정… 7급공무원이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가족들과 살 집도 샀으니 이제 나는 부자다." 3년 전 대구 시내에 있는 27평형 아파트 계약서에 도장을 찍던 날 수성구청 7급 공무원 김영익(41)씨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김씨는 희소 근육병으로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군 복무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가족이 운영하던 식당이 문을 닫으면서 어려운 형편 속에 대학을 다녔다. "세상살이가 쉽지는 않았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서운했던 것보다 고마웠던 것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9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앞으로 5년간 1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하고 1억원 이상 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의 2151번째 회원이 됐다. 수성구청에서 청소차 등 여러 차량을 관리하고 운행하는 업무를 하는 그는 대구 지역의 첫 공무원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다.

24일 대구시 수성구 7급 공무원인 김영익(오른쪽)씨가 청소차를 운전해 수성유원지 쓰레기 집하장에 도착했다.
24일 대구시 수성구 7급 공무원인 김영익(오른쪽)씨가 청소차를 운전해 수성유원지 쓰레기 집하장에 도착했다. 김씨는 지난 9월 '앞으로 5년간 1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 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 회원이 됐다. 이날 김씨 옆에서 함께 일하던 조현대씨는 "평소 음료수 한 병도 '비싸다'며 안 사 먹는 사람이 정말 대단한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24일 만난 김씨는 "얼마나 많은 재산을 모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남을 위해 썼는가가 인생에서 성공했느냐를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비싸다"며 편의점에서 음료수 한 병 사 먹지 않지만, 지난 9월과 12월 초에 500만원씩 1000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2005년 10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7급으로 승진한 그는 "1억원은 큰돈이기는 하지만 기부는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집도 대출받아서 사고 20~30년씩 나눠서 원리금을 상환하고, 자동차도 36개월 할부로 사잖아요. 그러니 기부도 '5년 할부'로 해볼 만하잖아요." 김씨처럼 '5년 이내의 기간 동안 나눠 내겠다'고 약속한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은 매년 늘어나 2010년에는 6% 정도에 그쳤지만, 올해 기준으로 68%를 넘어섰다. 김씨도 "처음에는 1억원을 다 모아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할까 하다 생각을 바꿨다"고 했다. "1억원을 다 모아서 기부하려고 하면 '시험'에 들 것 같았습니다. 3개월마다 저와 약속을 지키듯이 기부하려고요."

"오십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앉아봐라. 내가 돈을 좀 크게 쓰고 싶데이." 지난 8월 김씨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아내는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나'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앞으로 5년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씨는 "지금 우리가 사는 집을 조금 늦게 샀다고 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아내를 설득했다. 3년 전 3억원을 주고 구입한 27평짜리 아파트가 이제 거의 5억원이 됐으니, 1억원은 기부하고 '집을 조금 늦게 사서 집값이 1억만 올랐다'고 생각하자는 것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아내는 그의 뜻을 따르겠다고 했다. "제 뜻을 따라준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핸드백을 하나 선물했습니다. 꽤 비싸더라고요, 40만원이었던가?"

◇"행복한 가정 이룬 나는 이미 부자"

대봉교 아래 자전거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김씨는 2년 전부터 대구 북구의 집에서 직장까지 약 13㎞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인 김영익씨가 이달 초 자전거를 타고 대구 대봉교 아래 자전거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김씨는 2년 전부터 대구 북구의 집에서 직장까지 약 13㎞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인 김영익씨가 이달 초 자전거를 타고 대구 대봉교 아래 자전거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김씨는 2년 전부터 대구 북구의 집에서 직장까지 약 13㎞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김동환 기자
김씨의 집안 형편은 어려운 편이 아니었다. 함께 식당을 하는 부모님 덕분에 큰 어려움이 없이 살았다고 했다. 그런데 군 복무 중이던 1998년 50대 중반이던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이듬해에는 결혼한 큰누나가 자궁근종 수술을 받은 뒤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아들과 손녀를 연이어 잃은 슬픔에 김씨의 할머니는 치매를 앓기 시작했다. 김씨의 어머니도 몸이 안 좋아지면서 식당 문을 닫아야 했다. 군 전역 후 2000년에 대학에 입학한 김씨는 대학에 다니면서 항상 아르바이트를 2~3개씩 해야 했다. 그는 "중고차 파는 곳에서 차량 등록하는 일, 치과에 보철물 등을 배달하는 일, 운전 강사일 등을 해서 번 돈을 가족 생활비와 할머니 병원비에 보탰다"고 했다.

김씨는 2005년 공채 시험을 통과해 10급 공무원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청도군청 공무원인 아내와 결혼했다. 2008년과 2010년에는 아이들도 태어났다. 그리고 아내와 열심히 돈을 모아 3년 전에는 대구 북구에 가족과 함께 살 아파트를 장만했다. "가족들을 연이어 잃은 슬픔이 컸는데 이제는 아내와 두 아이가 있잖아요. 부부 공무원으로 돈도 벌고, 집도 장만했으니 저는 이제 충분히 가진 거 아닌가요?"

그래서 결심한 것이 '기부'였다고 했다. 김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마련한 후에는 '지금부터 버는 것은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남을 위해서 써보자'고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한 기부 단체에 우리 부부 이름으로 36만5000원(하루 1000원씩 365일), 아이들 이름으로 3만6500원(하루 100원)씩 기부한 적이 있는데 꾸준하게 이어지지 않더라"고 했다. 그래서 5년간 나눠서 1억원을 내겠다는 약속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기부는 절약에서 시작한다

"영익이가 아내도 공무원이고 큰돈도 없는데 무슨 1억원이나 기부를 한다고." 친구들과 주변 동료 직원들은 처음에 그가 1억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을 듣고 잘못 들은 줄 알았다고 했다. 김씨는 돈을 아껴 쓴다. 평소 음료수조차 잘 안 사먹고, 2년 전부터는 대구 북구의 집에서 수성구청까지 13㎞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왕복 대중교통 비용 2500원을 아낄 수 있고, 환승 시간 등을 고려하면 출퇴근 시간도 덜 걸린다고 했다. "돈 안 들이고 출퇴근하면서 건강 관리까지 할 수 있죠. 1억원 기부 채우려면 건강도 챙겨야죠."

김씨 가족은 외식도 일절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들이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하면 김씨가 떡과 오뎅 등을 사 와서 직접 만들어 준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느라 부부가 함께 여행을 가기 어려운 탓도 있지만, 가족이 함께 해외 여행을 간 적도 없다. 이런 김씨가 가끔 '지갑을 열 때'는 친구들과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술을 마신 뒤 계산할 때 정도다. 그런데 3개월마다 500만원을 기부하고, 집 살 때 빌린 돈 1억원을 매월 100만원씩 갚아나가다 보니[removed][removed] 최근에는 친구들과 술 한잔 하는 것도 조금 부담스러워졌다고 했다. 그런데 김씨가 기부를 시작한 이후부터는 친구들이 "네가 기부를 하는 5년 동안 술값은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과 5학년인 아이들은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김씨는 "아이들을 사교육 시키느니 주변의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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